위즈덤하우스 마케터와 기획자가 알려주는 베스트셀러의 탄생
오주연 2024-10-18
‘한국에서 가장 독자 중심적인 출판사’를 지향하는 위즈덤하우스는 독자들이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보편적 필요부터 세부적인 취향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단행본 출판과 웹툰/웹소설 제작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2018년 단행본 출판 매출 1위, 2019년 시사인이 선정한 '올해의 출판사'에 오르는 등 한국 출판계를 선도하는 영향력 있는 출판사로 자리 잡았으며 2020년에는 NHN과 한 가족이 되어 웹툰 플랫폼 ‘코미코’와 협업을 통해 매해 웹툰/웹소설 글로벌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위즈덤하우스의 슬로건은 ‘독자의 시선으로’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자 중심적인 출판사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는데요. 위즈덤하우스는 에세이, 자기계발, 소설, 인문, 어린이, 웹툰, 웹소설 등 다채로운 분야를 출간하는 종합출판사이기에 출간되는 콘텐츠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독자의 모습이 존재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독자의 시선으로,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위즈덤하우스 도서 기획자 이선희 과장과 출판마케팅본부 김지영 팀장을 만나 베스트셀러 기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왼쪽부터 위즈덤하우스 도서 기획자 이선희 과장, 출판마케팅실 김지영 팀장
Q. 현재 위즈덤하우스에서 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김지영 : 저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도서의 소셜 마케팅을 총괄하며, 브랜딩 관련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 하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에 도서마케팅을 위한 업무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께 위즈덤하우스의 책들을 알리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소셜미디어, 언론,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배포하기도 하고, 대규모 전시나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매번 다른 상황에 직면하기에 늘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업무입니다.
이선희 : 저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책이라는 물성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출판사의 편집자를 떠올리면 책상 앞에 앉아 빨간펜을 들고 교정을 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 막상 실무는 그보다 더 디테일하고 다양합니다. 저자 섭외부터 인쇄 감리에 이르기까지 책과 관련된 모든 일의 중심에 서서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일이 주된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한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거머쥐며 필사 도서 열풍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Q. 위즈덤하우스의 '하루 한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가 3월 출간 이후 10만부를 돌파하며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 됐습니다. 필사 열풍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말씀해주신다면.
이선희 :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초기 기획은 2021년 경이었는데요. 당시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집에 머무르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언가를 보는 데도 지치고, 실제로 주변에서도 그런 반응이 많이 들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심사가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할 수 있는 ‘짧은 공부’로 향하게 되었어요. 흔히 ‘필사’ 하면 단순히 따라 쓰는 리라이팅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을 통해 어휘력과 문해력이라는 효용을 명확히 하고 싶었습니다.
출간되는 책들이 주로 문제 인식과 현상을 다루고 있어 그보다는 일상에서 손쉽게 적용하고 배워볼 수 있는 실용적인 콘텐츠를 담고자 했고요. 이에 책의 저자인 유선경 작가님의 탄탄한 필사 노하우와 경험, 가이드는 꼭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까지 더하게 되었습니다.
Q. 시중의 다른 필사 책도 많은데, 유독 인기가 많았던 비결이 뭘까요.
이선희 : 문해력 부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사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던 것이었죠. 기획 당시 문해력 부족이 문제다 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휘력과 문해력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어요. 어휘력 부족을 해결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에 필사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여기에 지속 가능한 ‘습관’의 가치를 반영해 나온 책이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가 최초였죠. 이런 기획의도가 최근 사회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며 인기를 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위즈덤하우스 도서 기획자 이선희 과장
Q. 도서 기획자로서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이선희 : 사실, 저는 쓸모 없어 보이는 것 들에서 오히려 영감을 많이 받아요. 특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그런 경우가 많고요.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예를 들어, 필사 노트 같은 경우는 유선경 작가님의 전작인 <어른의 어휘력>에서 몇 줄 정도 적혀 있던 필사 이야기를 보고 '아, 이걸로 뭔가 기획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걸 시작으로 기획이 됐죠.
또 제가 도서 기획자니까, '책만 보고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려고 했어요. 요즘에는 오히려 '대중들이 책 대신에 뭘 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더 자주 하죠. 유튜브나 SNS도 이제는 책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유튜브를 많이 보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조사를 자주 합니다.
Q. 도서 기획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계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길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선희 : 너무 당연하게도 저는 책을 참 좋아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저는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 사람의 어떤 이야기를 책으로 들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 왔던 것 같아요. 책은 사실 원고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결국에 그 사람이 가진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건데, 저는 그런 것들을 발굴하고 캐내는 일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즐기며 일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위즈덤하우스의 대표 베스트셀러들을 소개해주신다면?
김지영 : 김주환 작가의 <회복탄력성>은 20만 부를 앞둔 자기계발 스테디셀러로 1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요. 푸바오 에세이, 푸바오 동생들인 루이&후이 에세이도 팬덤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있어요. 구병모 작가의 소설 <파과>는 올해 뮤지컬로 흥행을 했는데 조만간 영화로도 나올 예정이고, 류이치사카모토의 유고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한중일대만 동시 출간으로 이슈가 되었었어요. 또한 한국, 일본 100만부를 넘긴 어린이 학습만화 시리즈 <놓지마 과학>도 아동시장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위즈덤하우스 출판마케팅본부 김지영 팀장
Q. 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기획과 마케팅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신다면.
김지영 : 베스트셀러 마케팅에 공식이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데 참 슬프게도 없더라구요. 그렇기에 늘 새로운 도전이 되는데요. 최근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입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여러 층위에서 문해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반도파민, 스트레스 프리를 지향하며 나만의 힐링타임으로 필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을 마케팅과 접목시킨 것이 아주 잘 맞아 떨어졌어요. 결국 대중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고, 그리고 그 부분에서 대중적으로 크게 확산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마케팅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김지영 : 대중 확산 지점의 또 하나의 갈래는 영상화입니다. 정교한 기획과 마케팅 과정을 거쳐 원작이 OTT나 영화 등으로 확산되면 원작이 더 깊은 뉘앙스가 담겨 두 배는 더 재미있다는 걸 아시는 분들의 입소문을 통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최근 위즈덤하우스의 사례는 디즈니플러스로 방영된 강풀 작가의 화제작 <무빙>, 넷플릭스에서 시즌 1,2,3이 방영된 <스위트 홈>, 박보영 배우의 매력이 더해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등이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원로 한승원 작가의 저서. 최근 추가 제작을 마쳤다.
Q. 향후 출판 산업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지영 : 10월 출판계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어요. 이에 출판계 최대 호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독자분들의 관심이 서점으로 몰리는 중입니다. 심지어 한강 작가의 아버지이자 고전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 소설로 유명한 원로 한승원 작가의 책을 홍보하는 매대까지 꾸려진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위즈덤하우스에서는 한승원 작가의 <도깨비와 춤을>, <야만과 신화>를 출간한 바 있고, 최근 추가 제작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시아 여성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의 여성작가 소설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구병모 작가의 <파과>, 최진영 작가의 <오로라>, 정해연 작가의 <용의자들>, 이미리내 작가의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등을 꼽을 수 있겠어요. 한국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불붙여진 책과 작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긍정적인 독서 흐름으로 연결되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래의 도서 기획자와 마케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김지영 : 마케터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아야 합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다소 깊지 않더라도 넓고 다양한 방면에 두루두루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위즈덤하우스처럼 다양한 분야가 출간되는 종합출판사의 경우는 더더욱 필요한 역량입니다. 여기에서 조금 더 확장한다면, 다양한 취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고의 유연함도 중요합니다. '요즘은 이런 걸 왜 좋아하지? 이해가 안되네!'가 아니라 '아! 이런 점 때문에 좋아하는구나. 그럼 다음 마케팅에 접목시켜볼까?'로 사고가 유연해지면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옵션들이 늘어납니다.
이선희 : 기획자는 관점이 아닐까요. 같은 것을 보더라도 ‘기획자’의 시선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책이 될 수도 있고 현상으로 지나칠 수 있을 듯합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는 시도도 중요하지만, 도처에 널린 것들 중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해 내 알리는 일도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이견없이 따라가보세요.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아내 보고 공감해 나가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의지를 가지고 도전해 보길 추천합니다.
###
위즈덤하우스는 앞으로도 독자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며,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무한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깊이 있는 지식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가치를 탐구하며, 독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끝]